
커피애호가 3인의 커피생활 엿보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마실까? BB Letter #012 | 2021. 6. 16.
그때 배운 게 참 많았지만 그 중 하나, 커피애호가 분들 관점으로 듣게 된 이야기들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를테면, 어떤 분은 평일에는 회사 앞에 있는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마시고, 주말에는 스페셜티 카페를 찾아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A타입의 고객은 이런 카페, B타입의 고객은 저런 카페만 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상황과 목적에 따라 여러 타입의 카페를 폭넓게 이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다른 한 분은 ‘스페셜티 카페에 가면 혼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함께한 바리스타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런데 뭔지 너무 아시겠죠. 누군가에겐 너무 어려울 단어들만 주구장창 쓰인 설명글들이 떠오르며 뜨끔했어요. 이어지는 끄덕임과 반성(?)의 시간이 있었고요. 바리스타끼리만 모여서는 보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보이니 신선하더라고요. 주말에 흔쾌히 짬내주신 지선님, 채리님, 수아님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트레바리 모임으로 함께했던 제범님을 토크 현장에서 마주치는 신기한 우연도 있었답니다. 커피애호가 세 분의 360도 커피생활 − 1. 평소 커피 어떻게 드세요? 2. 카페는 어디로 가시나요? 3. 카페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4. 인상적인 커피 경험 있으신가요? *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빈브라더스 바리스타 정애라입니다.
▲ 왼쪽부터 정애라 바리스타, 채리님, 수아님, 지선님 | 사진 by 제범님 평소 커피 어떻게 드세요? #집에서 #회사에서 제범 : 평소에는 아침에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 가요. 전날 미리 세팅해놓으면, 정리하는 것까지 10분 안에 되거든요. 그게 아니면, 회사에서 마셔야 할 때는 그냥 인스턴트 커피를 마셔요.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가 제 입맛에 안 맞아서요. 지선님은요? 지선 : 회사에 브루잉 기물들을 가져다 놨어요. 전동 그라인더랑 하리오 드리퍼요. 출근하고 바로 커피부터 내려 마셨어요. 이제는 재택을 많이 하는데 지금도 아침에는 꼭 마셔요. 드립백으로 마실 때도 있고, 원두 브루잉해서 마시기도 하고, 어떨 때는 콜드브루를 주문해서 마시기도 하고요. 와... 다양하게 드시네요? 브루잉, 드립백, 콜드브루. ![]() ◀ 지선님 | 재택근무여도 모닝커피 필수. ![]() ▲ 지선님 | 출근길, 홈메이드 콜드브루. ![]() ▲ 지선님 | (가는 길에 이미 많이 드셨다.) 채리 : 저는 주중에는 사먹습니다!
주말에는 모카포트 자주 쓰고요. 가끔 브루잉도 하는데 정말 간단하게 해요. 몇 초 이런 거 상관없고 몇 그램 이런 거 모르고, 그냥 눈대중으로요. 정말 그냥 내리는 수준! ![]() ▲ 채리님 | 회사에서 마신 드립백. ![]() ▲ 채리님 | 주말 캠핑에서 모카포트. (경치 때문에라도 무조건 맛있겠어요.) 저희처럼 일로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부지런하게 안 먹잖아요. 수아: (끄덕끄덕) ![]() ◀ 수아님 | 그렇다고 집에서 안 드신다고는 안 했습니다. 카페는 어디로 가시나요? #찾아가는지 #어디가는지 제범 : 단골카페는 없고, 어디 갈 일 있을 때 근처 카페에 가요. 그런데 브루잉을 전문 카페를 가고 싶어도 지도 검색해서는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리뷰에 있는 사진을 많이 보고 공간이 좋은 곳을 가요. 메뉴도 메뉴지만,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서도 가거든요. 채리님은 어떠세요?
채리 : 평일에는 회사 근처로 가고요. 저녁에 약속 있을 때만 유명한 데 가요. 빈브라더스나, 나무사이로, 프릳츠 이런 데가 약속장소 근처에 있으면 가는 정도로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맛에 까다롭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정말 싼 커피 말고는 모든 커피가 사실 다 맛있어요. ’그냥 좀 맛이 다르네?’ 생각하지, ’여기 진짜 맛없어.’ 이런 적은 없어요.
지선님은 어느 카페 가시나요?
지선 : 싱글 마시러 가는 곳, 에스프레소 마시러 가는 곳, 라떼 마시러 가는 카페가 달라요. 싱글 마시는 곳은 <곳온니 플레이스>라는 카페예요. 당산 살 때 자주 가던 곳인데, 이사한 동네(성수)에도 생겼어요. 여기는 싱글 빈을 아메리카노로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싱글 한 잔 마시고, 브루잉 한 잔 더 마시고. 건대 쪽에 있는 에스프레소 바 <모츠커피> 가면 보통 에스프레소 한 잔, 코르타도 한 잔을 마셔요. 라떼나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먹고 싶을 때는 강동으로 가요. <채스우드커피>, 호주식 커피 하는 곳이에요. 거기 가면 플랫화이트랑 피콜로 라떼 먹고요. ![]() ▲ 지선님 |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 마시러. ![]() ▲ 지선님 | 플랫화이트 마시러. ![]() ◀️ 지선님 | 에스프레소 마시러. 커피는 한 번에 두 잔! 한 번에 두 잔씩 드시네요. 커피를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직업으로 해볼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지선 : 커피 좋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했어요. 신나서 커피 마시러 다닐 때는 그런 생각도 했는데 단골 카페가 생기고 작은 카페들을 다니면서 그분들의 노고가 보이는 거예요.
아, 그래서 직업으로는 아닌 거 같다. 하하하. 수아님은 일로 하시는데, 그래도 카페 많이 가시나요?
수아 : 바리스타 일을 하니까 단골 카페는 많지 않지만, 때 되면 생각나는 카페들은 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부터 <알레그리아>의 '메리제인' 블렌드를 엄청 좋아했어요. 봄이 되면 그 커피를 안 먹으면 허전해요. 그래서 매년 봄이 되면 원두를 주문하든 매장에 가든 꼭 먹어요. ’커피 수혈을 해야 한다.’ 싶어지면 보광동에 있는 <헬카페>에 가요. 분기별로 한 번씩은 가는 거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카페 가보셨어요?
수아 : 드디어 저희 동네에도 에스프레소 바가 생겼어요! 강동구청 쪽에 있다가 - 둔촌동으로 갔다가 - 다시 돌아왔어요. <커피 인데프>라는 곳인데요. (예전 이름은 ‘루하커피’) 테이블 없이 벽 따라서 데미타세 잔 올려 놓을 수 있는 정도의 바가 있는데, 너무 싸고 너무 맛있게 마셔서, 제가 단골이 될 예정입니다.
저는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이 될 줄 몰랐어요.
수아 : 성향적으로 빨리빨리 이런 게 있어서 그럴까요. 커피를 원래 좋아하시던 분들은 금방 설득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제 주위에 커피 좋아하는 친구들하고 <리사르 커피> 갔는데요. 눈빛이 바뀌면서 이제 점심에 에스프레소 먹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채리님도 에스프레소 바 가보셨어요?
채리 : 네. 처음 가본 건 이탈리아 여행 때예요. 다들 에스프레소를 먹으니까 저도 먹어봤는데 카페인이 바로 충전되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구요. 거의 매 끼니마다 먹었던 거 같아요. 진짜 싸고요, 1유로! <리사르 커피>도 가봤어요!
저도 자주 가는 카페는 직장 말고는 없지만, 요즘 인기 있거나 유명한 곳에는 가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브런치 카페 한 곳에 다녀왔는데 손님이 진짜 많더라고요. 오픈하자마자 갔는데도 대기가 30팀. 여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사람들은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 걸까? 여기 바리스타들은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할까? 그런 걸 보게 돼요. 카페에서 보는 것 & 기대하는 것 #나만의 기준 저는 일이다보니 다른 카페 가면 자연스럽게 바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수아 : 보고 싶지 않아도 보여서 바를 등지고 앉을 때도 있는데, 들리는 것도 많죠.
채리 : 스티밍하는 소리라든지. 채리님,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채리 : 스페셜티 카페는 아니었지만, 학생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보이는 것들이 있나봐요. 원두가 너무 새까맣거나, 그라인더에 콩 담겨있는 호퍼에 기름이 심하게 번들거리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 받는 샷글라스가 깨끗하지 않거나 하면, 커피 말고 다른 메뉴를 주문하게 돼요.
커피를 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보이고 들리는 정보가 많네요…! 카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채리 : 한결같은 카페가 좋아요. 친절한 것도 중요한데 맛의 편차가 너무 크면 잘 안 가게 돼요. 특히 라떼는 우유거품 두께가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드시는 분마다 다르니까요. 지선 : ‘오늘은 꼭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겠다.’ 하고 찾아간 날 제가 아는 바리스타 분이 아니라 다른 분이 계시면 고민돼요. 먹고 싶은 커피 맛이 안 날까봐요. 그래서 한동안 한 바리스타 분 오시는 시간 맞춰갈 때도 있었어요. 수아 : 저희 매장에 10년째 단골인 손님들이 계신데요. 가끔 '어떤 바리스타가 있는지에 따라 다른 메뉴를 주문하시는구나' 느껴질 때가 있어요. 손님이 주로 드시는 메뉴를 제가 만들게 될는 때 정말 긴장돼요. 수아 : 드립 커피 마시는 분들이, 차이가 날 수 있는 지점을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지선 : 그래도 더워서 마시러 갈 때는 그렇게 안 따지잖아요.
채리 : 맞아요. 저가 커피는 또 편하게 마시는데, 스페셜티 카페에 갈 때는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는 기대가 있나봐요. 수아 : 커피를 일로 하는 사람들만큼 깊이 있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 바리스타들 긴장해야 한다…! 인상적인 커피 경험 있으신가요? #기억나는 장면 #터닝포인트 채리 : 저한테는 이번 모임에서의 전주연 바리스타님 영향이 컸어요. 커피 가격 순서대로 16가지를 먹어봤던 그날 이후로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더 뜨게 된 것 같아요. 역시 돈을 써야 한다… 비싼 건 다르다!
하하하하하하. 지선 : 저는 커피를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보통 바리스타 분들이 만들어준 커피들을 통해서였어요.
수아 : 커피도 다른 음식처럼 한 번 맛있게 먹으면 좋은 인상이 남아서 다시 먹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에게 커피를 줄 때 제일 좋은 걸 맛보여줘요. “이런거야” 하면서 알려주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덜 맛있어도 편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단맛이 좋은 걸로요!
오! 입문할 때는 제일 좋은 걸로! 수아님은 바리스타로서 어떤 커피 경험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수아 : 바리스타로서 앞으로 어떤 걸 해야 하나? 어떤 걸 하고 싶은가?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제가 바라는 건 오래 기억에 남을, 공허하지 않은 커피를 하는 거예요. 유명한 농장의 커피, 특이한 커피도 많이 먹어보지만, 맛있어도 시간 지나면 잊혀지는 커피가 있고, 완벽하진 않았어도 기억에 남는 커피가 있잖아요. 요즘은 ‘그 차이를 만드는 포인트가 뭘까?’를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남는 건 도대체 뭘까요? 그래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더라도, 기억나는 포인트가 생기게 하려고 신경을 써요. 한 번은 날씨 바뀔 때 음악을 바꾸니까 손님들이 좋아하시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런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들을 만들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초심귀환 직장인 소비자 분들의 커피 생활을 알 수 있겠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커피를 드시고 계실 줄은 몰랐죠. 생각해보니 커피를 주제로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전주연 바리스타 님과 커피 얘기를 나누던 분들이었네요. 채리님은 가볍게 드시는 것처럼 말씀했지만 로스팅도 배운 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으시고요. 지선님은 이번 트레바리 모임을 포함해 커피 관련 동아리와 모임을 여럿 만들고 이끌어오신 게 이미 학생 때부터였다고 해요. 기억에 오래 남을 순간을 만들어줄 한 끗 차이를 고민하는 바리스타 수아님의 이야기에도 긴 울림이 있었습니다. 다음 점심시간대 러시타임에 이 대화가 생각날 것 같아요. 이미 주문이 밀려있는데 연달아 줄서는 고객 분들을 보면서, 부끄럽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메리카노 몇 잔'으로 계산하게 되는 날이 있었거든요. 각 잡고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는 커피 수혈하러 일부러 찾아온 지선님, 채리님, 제범님이 기분 좋게 충전돼서 돌아가실 수 있게요. 커피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특별한 존재였지, 스페셜티 카페 오실 때 기대를 품고 작정하고 오시기도 하는구나, 나도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 만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지,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요. — 인터뷰 by 정애라 Po, 바리스타 & 온보딩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침마다 행복 지수가 충전됩니다. 그래서 아침에 기분이 가장 좋습니다. 본능적으로 재미를 향해 돌진합니다. 기동성이 좋습니다. 포드위치를 만들어 배달하기도, 커핑 있는 날 꽃을 사오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장기간 얼쩡대면 사진을 찍힐 수 있습니다. 독자님, 어떻게 읽으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운 점, 더 멋져지기 위한 제안, 듣고 싶은 이야기, 무엇이든 짧게라도 남겨주세요! 아참, 독자 님은 커피 어떻게 즐기고 계신지 궁금했어요! 👇 👇 👇 |
빈브라더스가 커피를 만들며 알게 된 것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