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는 가향 커피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표현이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infused coffee’라고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co-fermented coffee’라는 표현이 들립니다. 엘 플라세르 커피는 어디에 해당하나요?
업계에서 아직 용어의 정의가 확립되지 않아서 ‘정확히 무엇이다’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가공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그 대답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중립적인 뉘앙스를 가진 ‘co-fermented coffee’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어떻게 가향 커피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음료수를 마시다가 이런 선명한 향을 커피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점점 더 좋은 품질의, 덜 인공적인 가향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가향의 재료로는 무엇을 사용하세요?
우선 가향이 그렇게 단순한 프로세스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효 탱크에 멜론을 넣는다고 커피에 반드시 멜론 향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것보다는 미생물의 대사에 필요한 당 성분을 추가하고, 그 대사의 결과물이 커피에 부가적인 향미를 내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맛 보신 3종의 가향 커피들은 모두 특정 색깔을 잘 연상시키는 커피였습니다. 각각 빨강, 노랑, 보라였는데요. 빨강 커피는 딸기를, 노랑 커피는 패션 프룻을, 보라 커피는 포도를 발효 탱크에 넣은 경우입니다. 이 재료들과 함께 글루코오스, 효모를 적정량 배합하여 발효를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가향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품종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콜롬비아에서 가향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품종은 카스티요(castillo)입니다. 커피 녹병에 저항력이 있어 생산성이 좋은 편이지만, 컵 프로파일의 매력이 높지 않아서 커피의 상품 가치를 올리는 방법으로 가향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엘 플라세르에서는 과거에 카투라를 가향 커피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카스티요보다 더 좋은 컵 프로파일을 갖고 있어서, 가향 후의 품질도 더 좋았기 때문이에요. 요즘에는 핑크 버번을 주력 품종으로 사용합니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사용할수록 가향의 결과도 더 좋아집니다. 오늘 커핑에서 맛보신 가향 커피의 클린컵이 좋았다면 커피 본연의 품질이 좋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엘 플라세르의 게이샤에서 굉장히 선명한 꽃 향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엘 플라세르 농장만의 특별한 가공방식이 있나요?
허니와 내추럴 가공을 모두 마치고 드라이 밀에서 파치먼트를 보관할 때 말린 귤 껍질을 함께 두면 커피의 꽃 향이 더 강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60일 정도 함께 보관하며 자연스럽게 향이 생두에 스며들게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늘 고객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오늘 커핑 때 맛본 내추럴 커피의 발효 정도가 아주 적당하게 느껴졌습니다. 발효취도 느껴지지 않았고요. 과발효를 예방하는 엘 플라세르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립된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커피 가공은 상당히 많은 변수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끔씩 예상 외의 과발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엄격히 변수를 통제함으로써 일관된 발효를 하려고 합니다.
꽤 많은 바리스타들이 엘 플라세르 농장의 커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대회를 위해 적용하는 특별한 가공방식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 커피들이 대회를 위해 설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일반 고객들을 위해 저희 농장의 기준으로 생산한 커피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무척 기뻤습니다.
농장주로서 엘 플라세르의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이 고객에게 꼭 건네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나 메시지가 있을까요?
바리스타 분들께 엘 플라세르의 커피가 선택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다른 커피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저희의 커피를 존중해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늘 엘 플라세르의 커피를 마시고, 세바스티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한국 방문하게 되면 또 어딘가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