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 에디터 모모의 커피 가이드 체험 바리스타에게 1:1 진단 받기
#094. 에디터 모모의 커피 가이드 체험 | 23.02.22. |
|
|
독자님 안녕하세요, 모모입니다.
운동이나 음악을 오래 배운 친구들의 특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연습과 반복을 통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 무언가의 벽에 부딪혔을 때 ‘난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고 ‘몇 번 더 하면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체화된 자기 신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뭐든 정도(正道)를 걷기보다는 요령에 익숙한 저는 부럽고도 부끄러웠죠. 요즘에는 그런 태도를 닮고 싶어, 조금씩 나아지는 연습을 하는데요. 이번 주부터는 가볍게 운동하고 친구들과 인증하는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안 될 거야, 아마’에서 ‘조금 더 해 보자’로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중이지요.
그 일환으로 결심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름 아닌 브루잉 실력 키우기인데요. 저는 5년 넘게 ‘원두 한 주먹, 적당한 분쇄도, 물 몇 바퀴’로 브루잉 생활을 했어요. 그럼에도 원두의 품질이 좋다면 일상의 커피를 즐기기에 충분했지요. 그런데 BB에 와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초, 1g도 그냥 넘기지 않는 동료들을 보며 마치 예체능을 전공한 친구들을 바라보듯 도전을 받은 거죠. 어설픈 습관을 강화하기보다는, 노력을 쌓아 더 나은 한 잔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온라인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인 바리스타 베로가 ‘홈 커피 1:1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홈 브루잉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신청하면, 30분간 브루잉 환경을 진단해준다는 솔깃한 말에 고객의 마음이 되어 덜컥 신청한 것인데요.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커피 수업을 여러분께 공유하려 합니다.
베로와 함께하는 홈 커피 1:1 가이드 프로그램은 두 가지 사전 질문을 보내며 시작되었습니다. |
|
|
☑️ 모모의 사전 질문
-
브루잉 레시피
평일에는 혼자, 주말에는 여럿이 마십니다. 하리오 V60과 드립포트를 사용해 주로 디카페인 멕시코를 즐기는데요. 최적의 레시피가 궁금합니다.
-
분쇄도와 그라인더
BB에서 소개하는 분쇄도가 저에게 맞는지 갸우뚱하게 돼요. 분쇄도를 정확히 알고 싶고, 괜찮으시다면 청소하는 법도 알려주세요.
|
|
|
드디어 프로그램 진행 당일. 합정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데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습니다. |
|
|
고객으로 대해 달라는 요청에, 완전히 몰입한 베로. ©️박은실Momo |
|
|
약속한 시각이 되자 베로가 나타나 양손을 모으며 인사를 건넸고, 세심한 안내를 받아 합정점 브랜드룸에 입장했습니다. 커피 가이드는 크게 세 부분으로 진행되었어요.
- 베로의 브루잉: 베로가 제안하는 레시피를 함께 맛보면서 모모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는다.
- 모모의 브루잉: 최적의 레시피를 확정하고 모모가 직접 내려보며 추출법을 배운다.
- 그라인더 관리: 분쇄도의 개념과 그라인더 관리법을 배운다.
|
|
|
“어서 오세요” 베로의 정갈한 환대를 받으며 입장.©️박은실Momo |
|
|
1. 베로의 브루잉 레시피
저는 에티오피아나 케냐같이 꽃과 과일이 팡팡 떠오르는 커피도 좋아하지만, 집에서 데일리로 즐길 때는 부드럽고 초콜릿 같은 커피가 좋더라고요. 제가 매일 마시는 디카페인 멕시코는 디카페인이 아니어도 선택할 만큼 데일리로 마시기 좋은, 단맛이 좋은 커피인데요. 오늘은 이 원두에 최적화된 레시피를 배우기 위해 디카페인 멕시코를 준비해갔습니다.
“모모님, 반갑습니다. 평소에 커피는 어떻게 드시나요?”
가벼운 안부 인사를 마친 베로는 저의 평소 커피 습관에 관해 물어보시고, 레시피를 제안해주셨어요. 저는 눈대중으로 한두 번에 나눠서 추출했었는데요. 세 번에 나눠 추출하는 레시피를 추천받았습니다. 먼저 베로가 브루잉하는 걸 지켜보기로 합니다. |
|
|
✍🏻 브루잉 주의사항
- 분쇄 후 원두 섞기: 입자 크기에 따라 원두가 한 방향으로 쏠려 담기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원을 그리며 섞어주기.
- 원두를 드리퍼에 부을 때: 가운데부터 산처럼 쌓고, 드리퍼 옆면을 살살 치면서 평평하게 만들기.
- 물줄기: 가운데부터 가늘게 나선형 그리기. 이 레시피에서는 물이 드리퍼 벽면에 닿지 않게 하기.
|
|
|
원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살펴보라고 하셨어요.©정아름Joy |
단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었던 베로의 브루잉.©정아름Joy |
|
|
베로가 추출을 마친 뒤, 레시피를 조정하기 위해 커피를 함께 맛봤습니다. 향과 맛을 나눠서 느껴보고, 혀를 자극하는 촉감은 어떤지, 진하거나 연한 무게감은 어떤지도 평가하면서요. |
|
|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위주로 표현.©박은실Momo |
|
|
“초콜릿, 아몬드처럼 단순히 떠오르는 테이스팅 노트뿐 아니라, 연상되는 장면이나 기분 등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나 음악도 좋고, 풍경이나 상황도 좋습니다.”
베로의 말에, 틀린 답을 말할까 봐 걱정했던 마음을 덜었습니다. 맛에 정답이 없고, 나의 감각에 맞는 레시피를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편안해졌어요. 평소에 원푸어로 빠르게 내려서인지, 베로가 내린 커피의 향미가 더 복합적이고 캐러멜 같은 단맛도 더 농밀하게 느껴졌는데요. 단, 제가 평소에 마시는 것보다 더 진하고 자극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럴 땐 레시피를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커피가 진하거나 쓰게 느껴질 때 조정할 수 있는 변수는 다양하지만, 오늘은 손쉽게 분쇄도를 조정해 볼게요. 분쇄도 20으로 추출한 커피가 모모에게 진하게 느껴지니, 조금 더 굵게 분쇄해요. 분쇄도를 22로 수정해서 추출해 보겠습니다.” |
|
|
2. 모모의 브루잉 연습
이제 베로와 확정한 레시피를 보며, 배운대로 제가 직접 내려 볼 차례입니다. |
|
|
☝🏻 베로의 [디카페인 멕시코 X 하리오 V60] 한 잔 추천 레시피
원두 20g : 물 320g(93℃)
- 60g의 물을 시계 방향으로 붓고 타이머를 누른 후, 커피 가루와 물이 잘 섞이도록 드리퍼를 시계 방향으로 5회 흔듭니다.
- 30초 기다립니다.
- 140g의 물을 부어줍니다.
- 물이 모두 빠지면, 마지막으로 120g의 물을 부어줍니다.
|
|
|
집에서는 기분대로 주전자를 휘휘 돌리며 내렸던 것 같은데,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몸이 고장 나네요. 저울 0점을 맞추고 타이머 누르고 물줄기 조절하는 이 혼돈이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리라 믿을 수밖에요.
이쯤에서 여럿이 마실 때는 어떻게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비율을 늘리면 될까요?
“2인 레시피를 따로 드릴게요. 비율만 2배로 늘리면 커피 성분이 원하는 것보다 더 추출되어 자칫 쓴맛만 날 수 있거든요. 또 원두가 소중한 만큼, 30g만 사용하셔도 맛있는 2인분의 커피를 내릴 수 있어요.
3~5인분의 커피를 한 번에 내릴 수도 있지만, 가지고 계신 드리퍼와 서버의 용량의 한계가 있어 두 잔 레시피로 2~3회 내리시는 것을 추천해 드릴게요.” |
|
|
✌🏻 베로의 [디카페인 멕시코 X 하리오 V60] 두 잔 추천 레시피
원두 30g : 물 480g(93℃)
※ 분쇄도는 1잔 내리는 브루잉보다 약 25% 정도 더 ‘굵게’ 분쇄합니다.
(예. 1잔 분쇄도의 숫자가 22이라면, 2잔 분쇄도는 22 x 1.25 = 27.5)
- 80g의 물을 시계방향으로 붓고 시계방향으로 5회 흔듭니다.
- 30초 기다립니다.
- 200g의 물을 부어줍니다.
- 물이 모두 빠지면, 마지막으로 200g의 물을 부어줍니다.
|
|
|
3. 그라인더 관리
중간중간 질문 폭탄을 쏟았더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분쇄도는 레시피를 잡으며 해결했으니, 관리법을 들어 볼 차례예요. 베로는 그라인더를 분해하는 시범을 보이며 청소 방법을 천천히 설명해주었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니 청소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라니, 하나 장만하고 싶어졌습니다. 내부까지 청소하고 싶을 경우에는 아랫날까지 분해할 수도 있지만, 식물성 그라인더 세정제(알약 타입)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해요. |
|
|
두 개의 날이 원두를 분쇄하는 원리 설명 중.©박은실Momo |
하나씩 분해한 뒤 안쪽 청소 시범.©박은실Momo |
|
|
✍🏻 그라인더 청소
- 콘센트를 뽑은 후, 호퍼를 반시계 방향(굵은 분쇄도)으로 돌려 분해
- 윗날만 조심히 빼서 마른 칫솔로 털어 주고, 청소기로 흡입하기
|
|
|
늘 궁금하기만 했던 그라인더 청소를 눈앞에서 제 속도에 맞게 배울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그라인더 청소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요. 바리스타팀은 약식으로 매일, 대청소 루틴으로는 매주 그라인더를 청소한다고 해요. 절로 반성이 되었습니다. |
|
|
감탄과 필기를 반복하던 베로와의 시간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이 울렸어요. |
|
|
끝까지 몰입에서 나오지 않은 프로 커피인 베로.©박은실Momo |
|
|
베로가 첨부한 노션 페이지에는 오늘 배운 내용들과 레시피 정보가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베로와의 프로그램을 마치니 조금은 브루잉을 이해하게 된 기분입니다. 이제는 제가 의도하는 맛에 맞춰 분쇄도나 물의 양을 조금씩 조절해보며 저에게 꼭 맞는 레시피를 찾아보고 싶어요. 다음 독자 모임 때는 제가 떨리는 손으로 독자님께 커피 한 잔 내려드릴 수 있을까요? 그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수련하고 있겠습니다. |
|
|
−
백계영 Vero, 온라인 커뮤니티 매니저·바리스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훌륭한 커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꿈입니다.
−
박은실 Momo, 뉴스레터 에디터
함께하기, 재미있게 하기, 의미 있게 하기. 세 가지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
|
|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부모님과 함께 커피를 즐기면서 전자동머신도 부모님 댁에 놓아드리며 곳간 채우듯 매번 새로운 원두를 사드립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맛 차이를 느끼시며 이번 원두는 어떻고 저번 것은 이렇고 이런 대화가 소소한 행복입니다. 그러다 카페서 비숍 같은 바리스타분을 만나 커피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면 엄청 신나하시며 대화하시는 부모님이 떠올라서 너무 따뜻했어요.🧡 (쪙)
💌 바리스타 비숍의 따뜻한 시선, 아버지와 아들 고객에게 적당한 템포로 친절하게 다가간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추천곡까지 어쩜... 어썸...! 저도 BB에 가면 이런 좋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조만간 방문해 시향도 해보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싶네요:) 좋은 글을 소개해준 모모도 고마워요.(초이)
💌 비숍의 에세이 너무 잘 읽었어요. 야근에 찌들어 있었는데 회사에서 호로록 읽었답니다. 글 자체가 따뜻하고 고소한 블랙수트 같았달까요? 향긋한 커피 향도 솔솔 나고요. 다음에 또 읽고 싶어요!(파랑)
💌 부자 손님에 대한 이야기... 정말이지 마음 따뜻해지는 일화입니다. 저와 어머니도 커피를 좋아해 늘 함께 새로운 원두를 경험해보는 걸 좋아했어요. 어머니에게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는데, 이야기 속 아들의 모습을 보니 오래전 저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마음속으로 'dance with my father'를 흥얼거리며 읽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선곡도 레터와 찰떡입니다. 잘 읽었습니다!(익명)
💌 천천히 글을 읽어가면서 제 입에서도 은은한 미소가 생깁니다. 저도 이제 막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지만 로부스타를 설명하는 아들의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어도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아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같이 와주시고, 바라봐주시는 아버지의 모습 또한 뭉클하네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가슴 깊이 새겨지네요... '항상 이럴 수 없겠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기를.'(익명)
💌 (...) 따뜻한 부자와의 순간을 담아주신 바리스타님과 또 그 순간이 생생히 그려지는 필력에 ‘내가 이러려고 늦은 시간에 실수로 커피를 마셨나?’ 싶게 운 좋은 타이밍이 되어버렸어요. 잠이 안 와서 괴로움에 검색했던 사실도 잊고 갑자기 새벽에 눈물 핑.. (...) 요즘 합정점에서 뵙는 바리스타분도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인사 주셔서 진짜 기분 좋은 하루 보내버렸어요. 닉네임은 못 봤지만 늘 반갑게 맞아주셔서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답니다. 아무튼 변함없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오래오래 많은 사람의 향기로운 따뜻함이 가득 머무르는 카페이길 바라요.(...)(RiCO) |
|
|
🖤 다 읽은 메일은 지워주세요. 메일함을 비우는 것만으로도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커피 생활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난 BB레터는 빈브라더스 뉴스레터 아카이브에서 언제든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
|
어느 날 커피에서 된장 향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던 에디터 모모를 내추럴 커피의 세계로 인도해 준 김은별 바리스타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BB레터 #043 | 박은실 에디터 Momo
|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드나요? 디카페인 커피도 커피일까요? 디카페인에 관한 독자분들의 질문에 수석연구원 데릭이 하나하나 답했습니다.
- BB레터 #036 | 김민수 수석연구원 Derek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