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온도에 따른 커피 향미의 변화 냉정과 열정 사이
#068. 온도에 따른 커피 향미의 변화 | 22.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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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릭입니다.
독자님은 따뜻한 커피를 즐겨 드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겨울에도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타입이신가요? 저는 제 선호와는 상관없이 대개 미지근하게 마시는 편입니다. 대부분 ‘평가’하기 위해 마시는 거라서, 커피의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40-50도 범위에서 주로 마시게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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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제 주변에는 미지근한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상온으로 마시는 음료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커피나 차 그리고 소주나 맥주 같은 기호식품들은 주로 뜨겁거나 차갑게 마시게 되죠. 물도 그런 듯하고요.
미지근한 음료와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에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런 걸까요? 제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첫째는 온도가 높을수록 향미 물질들의 분자운동이 활발해져서 더 많은 향을 느끼게 되는 점, 둘째는 입안의 온도와 음료의 온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떤 ‘온도 감각'인데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제로는 같은 성분의 음료를 마셔도 온도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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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에서 바리스타 제이와 커피 대화 중.©박은실Mo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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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생각이 이르니 실제로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합정 매장에 찾아가 고객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시는 블랙수트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주문하고, 온도계를 준비했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식혀가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녹여가면서 마시고, 온도별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기록해보기로 했어요. 대략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온도를 재어가며 마셔본 적은 없었던 터라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실제로 비교 평가를 해보았는데요. 결과를 정리해보니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가 온도별로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아끼고 싶으실 분들을 위해 결론을 앞으로 당겨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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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아메리카노 vs 아이스 아메리카노
-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장르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같은 에스프레소를 재료로 사용하는데도, 음용 경험의 차이가 크다.
- 우리가 경험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커피의 풀 스펙트럼을 편안하게 느끼고 싶다면 따뜻하게, 차가운 음료의 쾌감을 즐기며 꿀꺽꿀꺽 마시고 싶다면 아이스로 마시면 되겠다.
- 시간이 지나도 온도 변화가 적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비, 그냥 두면 온도가 50도 가까이 떨어지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마시는 게 좋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음용 습관은 반대가 아닐까.
- 왜 미지근한 온도에서 커피를 잘 평가하게 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40-50℃ 구간에서 마셔보니 커피의 장점과 단점 모두 잘 드러났다. 하지만 온도 감각 또한 커피 경험의 중요한 요소기에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 뜨겁거나 차갑게 마셔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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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공식적으로'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위의 결론들을 내리게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들만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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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김민수Dere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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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믿고 내려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오늘 어떤 경험을 했는지 같이 한번 살펴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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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메리카노 (블랙수트)
바리스타 베로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이제 막 나온 커피의 온도는 72.5도였어요. 상온까지 내릴 계획을 하고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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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커피에 코를 대니 마시기 전인데도 여러 가지 향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시기엔 뜨거워서 조금 기다리기로 합니다.
65℃
매장이 시원해서 그런지 온도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네요. 한 모금 마셨는데 ‘그래, 이게 커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뜨뜻하고 달달하고 쌉싸름해요. 왠지 모르게 ‘이완’되는 느낌도 들었는데, 마치 운동 후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 몸이 늘어지는 느낌과 비슷한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60℃
5도가 더 내려갔는데 여전히 뜨뜻합니다. 65℃에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향미가 느껴지네요.
55℃
뜨뜻'보다는 ‘따뜻'했습니다. 60-65℃보다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어요. 혀에서 느껴지는 단맛의 강도가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48℃
꿀꺽꿀꺽 마셔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초콜릿 향미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고, 아까보다 커피의 산미가 더 드러나네요. 입안에서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40℃
온기는 남아있지만 미지근한 느낌입니다. 48℃까지는 커피의 장점 위주로 느껴졌는데, 이제 커피의 따뜻함에 가려져 있던 아쉬운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해요. 이 온도로 내려오기 전에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 미지근한 온도에서 커피를 평가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30℃
커피가 식었습니다. 입안에 느껴지는 향미는 40℃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거기서 온도가 더 내려간 느낌 정도랄까요.
25℃
커피가 약간 차갑게 느껴집니다. 사람 체온보다 꽤 낮은 온도긴 하네요. 여전히 블랙수트답고 맛있지만 뜨거운 온도의 커피가 주던 만족감은 사라져버렸습니다. 합정 매장의 실내 온도가 이 정도인 건지, 커피를 더 오래 두어도 이 이상 온도가 내려가지는 않아서 실험을 종료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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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블랙수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죠. 이번 실험을 위해 핫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교해보며 제가 아이스 커피를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번 기회에 디테일하게 마셔보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바리스타 베로가 준비해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온도를 측정해보았어요. 뜨거운 물과 뜨거운 에스프레소가 더해지는 핫 아메리카노와 달리, 차가운 얼음물과 뜨거운 에스프레소가 섞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특성상 초반에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나더군요. 표면에 둥둥 떠 있는 얼음 덕분에 컵 상부 온도와 하부 온도 차이가 지속해서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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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 온도 4℃ | 하부 온도 8℃
어느 정도 안정화된 후에 온도를 측정하고 테이스팅을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비해 느껴지는 향미가 확연히 적어요. 마시기 전에 코로 느껴지는 커피의 향이 단순하게 느껴지고,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가 압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갑습니다. 처음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비해 느껴지는 향미가 단조로워서 아쉬웠는데, 한편으로는 마시기 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차가운 온도가 주는 쾌감이 강력해요. 이렇게 편하고 상쾌하니 사람들이 꿀꺽꿀꺽 마시는 거겠죠.
상부 온도 4℃ | 하부 온도 10℃
얼음이 좀 더 녹았습니다. 얼음이 둥둥 떠있는 상부 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하부 온도만 약간 올라갔습니다. 아까 받자마자 마셨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부 온도 7℃ | 하부 온도 15℃
시간이 지나니 컵의 상부 온도와 하부 온도 모두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얼음은 더 많이 녹았고요. 농도가 더 묽어졌을텐데 의외로 더 다양한 향미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차가움을 덜 느끼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향미를 더 강도 있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봤자 뜨거운 아메리카노에서 느껴졌던 복합적인 향미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요.
상부 온도 13℃ | 하부 온도 17℃
얼음이 절반 이상 녹았습니다.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지만 커피의 향미는 제법 강도 있게 느껴집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같은 시간 동안 50℃ 가까이 떨어진 것과 달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계속 온도를 유지해준 덕분에 9℃ 정도 증가하는 것에 그쳤네요. 온도 변화가 적었던 만큼 느껴지는 향미에도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얼음이 다 녹은 후에 커피의 온도가 더 올라갈 것 같긴 했지만 향미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서 실험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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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써놓았지만, 결국 제가 오늘 느낀 점은 하나인 것 같습니다. 커피는 마시는 온도에 따라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죠.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이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때로는 반대편 세상을 경험해보시는 것도 꽤 의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오늘 테스트를 하면서 사람들이 왜 아이스 커피를 좋아하는지 더 이해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원래도 좋아하던 뜨거운 커피를 좀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래, 이게 커피지' 하는 생각과 함께요.
살다 보면 냉정해야 할 때가 있고, 열정적으로 덤벼야 할 때가 있듯이 ‘뜨아'와 ‘아아'가 잘 어울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상황에 맞게 찬 커피와 뜨거운 커피를 잘 즐긴다면 우리의 커피 생활도 더 풍족해지지 않을까요. 다른 건 몰라도, 얼어 죽을 것 같을 때 마시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그 맛이 기가 막힐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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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수석연구원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대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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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고객들에게 BB의 제품과 커피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팀에서 탁월한 커피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 나갈 분들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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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 레터 읽으면서 스토리가 있는 기업의 매력을 알게됐어요ㅎㅎ 레터에 의견을 남기는 건 처음이지만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에도 커핑 이벤트 열어주시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아요..ㅎㅎ(아메리카노)
💌 서로 단절되기 쉬운 도시에서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열정적인 사람x커피가 만나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가 잘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글을 읽으며 위험한 동네라고 해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거 있죠? 낯선 데다가 꺼려지는 여행지일 수도 있는 곳을 이리도 가보고 싶게 쓰시다니. 말미에 커피를 좋아하는 도시문화기획자가 쓴 글이라는걸 알고 과연 글쓴이를 닮은 글이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 걸요!(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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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은 메일은 지워주세요. 메일함을 비우는 것만으로도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커피 생활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난 BB레터는 빈브라더스 뉴스레터 아카이브에서 언제든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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