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 지효님의 <가장 사적인 커피 이야기> 수천 잔의 바닐라라떼
BB Letter #047 | 2022. 03.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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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가장 사적인 커피 이야기>로 돌아온 모모입니다. 이번 <가장 사적인 커피 이야기>는 저와 모르고도 아는 사이, 김지효님께 지면을 드립니다.
지효님과 저는 일면식이 없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친구가 되었어요. 젊은 여성학 연구가인 지효님의 날카로운 시각이 좋았고, 동시에 정치 성향이 다른 부모님 세대를 사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그런 지효님이 저처럼 일기를 쓰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신다는 것을 알고 내적 친밀감을 키웠고요. 그리고 최근, 자주 읽는 인문 잡지에 지효님의 글이 실린 것을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지효님 곁에 늘 커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매일 밤 쌓인 성찰, 보장된 글솜씨 그리고 커피. 이런 분께 글을 부탁드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지효님의 일상에는 어떤 커피가 녹아있을까요. 지효님의 <가장 사적인 커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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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잔의 바닐라라떼>
written by 김지효, 여성학 연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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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인생의 행운 중 하나는 부러운 애 말고 닮고 싶은 애랑 친해진 것이다. 예진이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웃기고 책임감이 강하고 다재다능하다. 예진이는 어딜 가나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적게 말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 오늘따라 풀이 죽어 보이는 사람은 없는지, 모두가 비슷한 분량으로 말하고 있는지 신경 쓰느라 자신을 내세울 틈이 없다. 그리고 이런 면은 오히려 모두가 예진이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예진이랑 나는 9년째 친구를 하며 서로를 닮아 왔다. 그간 공통의 취향도 많이 생겼다. 우리는 근 10년간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회차 중 어떤 내용을 이야기해도 의심가는 용의자를 짚을 수 있다. 다이소에서 신상 스티커가 나오면 그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공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둘은 카페에 가면 바닐라 라떼를 마신다. 예진이에게 메뉴를 묻지 않고 알아서 바닐라 라떼 두 잔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찐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는 9년동안 수천 잔의 바닐라 라떼를 앞에 두고 마주앉아 고민을 털어놓고, 하소연을 하고, 다이어리를 꾸미고, 작당을 모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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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 속엔 숨은 그림처럼 늘 바닐라 라떼가 있다. ⓒ김지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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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닐라 라떼는 예진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진이는 수험공부를 시작하며 캡슐 커피 머신을 하나 장만했다. 치열한 자료조사를 통해 맛있는 바닐라 파우더를 찾아냈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우유-샷-바닐라 파우더-얼음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다.
매일 아침, 예진이는 완벽한 바닐라 라떼 한 잔을 만들어 책상에 앉았다. 예진이에게 바닐라 라떼는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이자, 졸지 않고 하루를 보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수험 생활 중에도 자신의 선호와 취향을 지키게 해주는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공부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바닐라 라떼만큼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었다. 예진이는 바닐라 라떼를 마시며 하루의 실패를 정리하고 또 다른 하루를 살 깨끗한 마음을 먹었다. 바닐라 라떼는 예진이가 백 점짜리 시험지를 채점하던 날에도, 오십 점짜리를 채점하던 날에도 빨간펜 옆에 놓여 예진이의 구체적인 매일을 채웠다. 예진이는 바닐라 라떼를 300잔 정도 마신 후 시험에 합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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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가 싸운 후 오랜만에 함께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고작 2박3일 여행인데 예진이는 이삿짐 수준의 캐리어를 들고 왔다.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보니 제본기(…)부터 각종 보드게임, 운동 기구, 체중계, 피아노 악보, 아이패드 거치대,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커피 머신이 들어있었다. 물론 커피 캡슐 한 박스와 우유, 바닐라파우더, 계량컵, 빨대, 얼음틀, 그리고 냉기 유지용 스테인리스 컵도 함께였다. 뭘 이렇게까지 싸왔냐며 경악하는 내 앞에서 예진이는 수백 번은 해본 듯한 손놀림으로 완벽한 바닐라 라떼를 만들었다. 예진이의 오바스러움을 놀리던 나는 바닐라 라떼를 한 입 맛보고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예진이에게 바닐라 라떼는 나에게 ‘이렇게까지?’라는 핀잔을 듣더라도 ‘굳이’ 맛보이고 싶은 사랑이자 화해의 손길이었던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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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함께 마신 화해의 바닐라 라떼 ⓒ김지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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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가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던 카페 테이블에는, 또 시험을 준비하고 그 후 일을 하는 책상 위에는 늘 바닐라라떼가 놓여 있었다. 바닐라 라떼는 예진이 앞에 앉은 상대와 책상의 풍경이 바뀌는 동안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것이었다. 바닐라 라떼는 예진이가 삶의 중요한 순간을 겪을 때 함께 있었고, 예진이는 자신의 고유한 취향을 반복해서 선택하며 자기다움을 지켜왔다. 한 잔의 커피는 작지만 큰 역할을 한다.
한때 예진이만큼 바닐라 라떼를 사랑하던 나는 이제 건강을 걱정하며 라떼와 바닐라 라떼 사이를 고민하는 30대가 되었다. 그래도 예진이와 함께라면 늘 달달한 바닐라 라떼를 마시고 싶다. 할머니가 된 예진이와 바닐라 라떼를 마시며 그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싶다. 그건 내 인생에 남은 가장 중요한 행복 중 하나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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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바닐라 라떼 찾기도 계속 된다. ⓒ김지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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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 하는 적이 아니라 닮고 싶은 친구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 낮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실컷 놀고, 밤에는 책 읽고 일기 쓰며 살면 덜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엄마에 대한 책을 쓰는 게 인생의 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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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 (...) 이번 메일은 제목부터 후다닥 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저도 벨벳화이트 맛에 빠져 빈브를 사랑하게 되었거든요. 벨벳화이트에 대한 사랑고백 같은 메일을 읽으며 너무 너무 공감하고,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란 생각에 메일을 읽는 내내 참 즐거웠어요. 로스팅팀의 로스팅 배치와 썸머님의 에스프레소 세팅이 훌륭했던 그 날의 벨벳화이트 맛도 무척이나 궁금해지네요.(...)(파랑)
💌 빈브라더스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이 곳의 대표 메뉴는 뭘까 고민했었어요! 드립커피 마셔보려고 했는데 다음에 들르게 되면 벨벳화이트도 마셔봐야겠습니다. 전반적인 커피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BB만의 이야기가 실려 오는 것 또한 좋네요 (~˘▾˘)~♡(난초)
💌 (...) 벨벳화이트 제일 좋아합니다. 다양한 음료로 정말 많이 마셨는데, 어떤 땐 정말 맛있고 어떤 땐 덜 맛있고… 어떤 땐 맛이 없어서 왜 나는 벨벳화이트를 좋아하나, 까지 가곤 해요. 그냥 오늘 커피가 맛없는 날인가 몸이 좋지 않은가 등등 온갖 생각을 하게 하는 원두입니다. (...) (익명)
💌 저는 처음 블랙수트를 맛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네요. 진짜... 커피가 이런맛이 날수가 있어?? 그외 여러가지 원드를 맛볼때마다 새로웠습니다. 와인인데?? 이런 허브티 같은 맛이 날수가 있어? 커피는 시고, 쓰고, 맹맹하고, 3가지중 하나 아니였어?진짜 빈브라더스 시작으로 여러 커피들을 맛보고 있습니다.(커피쪽 일을 하는, 여자친구 덕분일수도 있죠.) (...) 벨벳은 아직 안먹어봤눈데, 먹어봐야겠군요...내 마음 속의 0순위가 바뀔지...(안녕김정)
💌 보통 고소한 원두의 라떼가 제일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벨벳의 적절한 산미는 밸런스가 좋아서 우유랑 만나면 치즈케익 같은 느낌이예요! 크리미한 뉴욕치즈케익 맛이 난달까요? 여러분 무조건 경험해보세요! 벨벳+우유의 조합💖(ㄹ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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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온 파티쉐 아리키, 대만에서 온 그린빈 바이어 로사, 뉴질랜드에서 온 로스터 패트릭, 말레이시아에 빈브라더스를 연 디디가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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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로 이렇게까지 해봤다!" 네이버 커피 커뮤니티 '홈바리스타클럽' 회원들의 무모하고 애정 가득한 커피 기록들.
- BB레터 #044 | 박은실 에디터 Mom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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