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54개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돌아보며 어제 보내드린 레터에 지역 표기 오류가 있었어요. '게뎁'으로 소개해 드렸던 지역은 정확히는 '게데오'였습니다. 헷갈리지 않으시도록 바로잡아 다시 보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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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이라니, 멈출 줄 모르는 시간이 야속한 요즘이에요. 그래도 9월이 찾아와 좋은 게 있다면, 서서히 더위가 가시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신선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겠죠.
‘반코 타라투’를 시작으로, 올해 초 저희가 아디스아바바에서 고른 에티오피아 커피들이 하나씩 출시되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까지 어떤 맛과 이름의 커피가 출시될 예정인지 살펴보는데, 문득 그동안 어떤 에티오피아를 출시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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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기록을 찾아 2021년부터 세어 보니 총 54개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출시했더군요. 어떤 커피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또 어떤 커피는 엊그제 마신 듯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하나의 커피일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경향이 여러 커피를 모아 놓으니 보이기도 했죠. 에티오피아 커피의 스펙트럼과 빈브라더스 팀의 취향이 합쳐진 결과일 텐데요. 오늘 레터에서 한번 다뤄보려고 해요.
지난 5년간 Bb가 어떤 맛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출시했는지, 그리고 여러분이 앞으로의 커피 여정을 위해 기억해둘 만한 이름은 어떤 게 있는지 알려드릴게요. 오랫동안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셔 오셨다면 함께 회고해보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고요. 최근에 에티오피아 커피에 입문하신 분들께는 꽤 유용한 가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시작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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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맛 커피 맛을 좌우하는 요소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품종으로 대표되는 ‘유전 정보’, 흔히 테루아라 부르는 ‘자연환경’, 그리고 가공방식으로 통칭하는 ‘사람의 손길’이죠.
에티오피아 커피에도 분명 다양한 품종과 지역성이 있을 거예요. 다만 농장 단위로 생산하는 일이 드물고, 여러 농부의 커피 체리를 모아서 한번에 가공하다 보니 품종 정보의 추적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흔히 토착종(Local Landrace) 혹은 에어룸(Heirloom) 같은 별칭으로 품종 정보를 표기하지요.
지역성은 어떤가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커피 산지를 뽑자면, 게데오, 구지, 시다마, 리무, 짐마일 텐데요. 에티오피아 커피를 다양하게 마셔오셨다면 세부 지역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있으시겠지만, 전 세계 커피를 놓고 보면 결국 꽃·핵과·시트러스로 묶이는 커피들이죠. 그래서 차이가 느껴지긴 하지만, 지역성을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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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커피 산지의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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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는 것은 세 번째, 사람의 손길이에요.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지금 에티오피아 커피의 향미를 이해하는 가장 유의미한 축은 워시드와 내추럴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같이 살펴볼게요.
저희가 출시한 54개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가공방식별로 나누니 워시드가 27개, 내추럴 커피가 22개더군요. 나머지 5개는 허니와 특수 가공이었고요. 일반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중에 내추럴이 70%, 워시드가 30%일 거라고 추산하니, 워시드 커피를 상당히 많이 출시한 편이죠? 저희의 취향이기도 하고, 일 년 내내 에티오피아 워시드 블렌드 ‘벨벳화이트’를 운영하는 점도 반영되었을 거예요.
그럼 Bb 에티오피아 커피에 가장 많이 사용된 테이스팅 노트는 무엇이었을까요? 큰 카테고리로 보면, 워시드 커피는 핵과, 시트러스, 꽃, 차, 단맛의 순이었어요. 내추럴 커피는 꽃, 베리, 핵과, 포도, 시트러스, 단맛 순이었고요. 테이스팅 노트의 카테고리와 개별 노트까지, 조금 더 상세한 정보를 아래 차트에 정리해보았어요.
(포도 카테고리에는 적포도, 청포도 등 모든 종류의 포도가 포함되어 있음을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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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노트의 카테고리(상단)와 개별 노트(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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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니 어느 정도 경향성이 보이죠? 핵과와 꽃은 워시드와 내추럴 모두에 중요한 카테고리였고요. 시트러스 카테고리가 내추럴보다는 워시드 커피에 많이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차 카테고리는 워시드에만, 그리고 베리 카테고리는 내추럴에만 쓰였다는 점도 흥미로운 경향으로 보이네요.
개별 노트를 자세히 살펴보면요. 저는 워시드 커피 노트는 납득이 잘 되었는데, 내추럴 커피 쪽은 조금 의외였어요. ‘우리가 라벤더 노트의 에티오피아 내추럴을 이렇게 많이 출시했다고?’ 하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의외라고 느낀 이유는 이런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가 흔하지 않아서인데요. 그만큼 희소하고 좋다고 생각해서 발견할 때마다 부지런히 선보였나 싶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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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이름들
일반적으로 농장 이름으로 부르는 중남미 커피들과 달리, 에티오피아 커피는 마을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죠. 지난 8월에 저희가 출시한 ‘티기스트 아비욧’처럼 단일 농장의 커피인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여러 농부들이 수확한 커피 체리를 한 가공소에서 생산한 것이라서 주로 마을이나 가공소의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에티오피아 커피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에티오피아의 지명을 외운다는 뜻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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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농장으로 수출까지 하는 티기스트 아비욧 ⓒTraboc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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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커피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 마을 중에서도 유독 맛있는 커피를 꾸준히 생산하는 곳들이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앞으로 전 세계 어느 카페를 가시든 맛있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티오피아 마을 이름을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지난 5년간 Bb가 출시한 54개의 커피를 기반으로 추출한 것이고요. 저희 팀과 고객분들이 모두 좋아했던 마을의 이름들을 모아봤어요.
먼저 ‘이르가체페(Yirgacheffe)’가 있는 게데오(Gedeo) 지역의 이름들을 살펴볼까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원형을 만든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워낙 좋은 커피가 많이 나는 지역이라 몇 곳만 고르기가 어려웠는데요. 고심해서 네 개의 이름을 골라봤어요. 바로 전통의 강호 ‘반코 고티티(Banko Gotiti)’와 ‘할로 베리티(Halo Beriti)’, 그리고 요즘 들어 각광받는 ‘반코 타라투(Banko Taratu)’와 ‘라레사(Lalesa)’예요.
오랫동안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셔 오셨다면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정도로 개성 있는 마을들이라 할 수 있어요. 저는 쨍한 시트러스와 차 같은 향미의 커피, 그리고 재스민과 복숭아가 선명한 커피가 떠오르네요. 라레사는 포도와 베리 계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편이라 조금 다른 것 같긴 하고요.
게데오의 이웃인 구지(Guji) 지역에서도 좋은 커피가 많이 나는데요. 제가 고른 두 개의 이름은 바로 구지 함벨라의 ‘부쿠 아벨(Buku Abel)’과 구지 우라가의 ‘하로 와추(Haro Wachu)’예요. 그동안 Bb의 에티오피아 여정을 따라오셨다면 어쩌면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부쿠 아벨’ 하면 딸기 향의 커피가 떠오르고요. ‘하로 와추’는 워시드와 내추럴의 장점을 모두 가진 커피를 만드는 곳이란 인상이 있어요. 작년에 방문한 하로 와추 가공소에서 먹은 점심이 너무 맛있어서 기억이 다소 미화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맛있는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란 것만큼은 분명하지 않을까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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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이제 시다마(Sidama)의 이름들을 살펴볼게요. 최근 몇 년간 타미루 타데세(Tamiru Tadese)와 바샤 베켈레(Basha Bekele)라는 탁월한 커피 생산자들 덕분에 시다마 커피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지요. 최근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최상위권을 차지한 커피들 다수가 시다마 커피이기도 했고요.
두 생산자의 커피는 굳이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테니, 시다마 벤사 지역에 있는 하마쇼(Hamasho)와 케라모(Keramo)라는 마을을 알려드릴게요. 에티오피아 커피 애호가라면 익숙하실 만한 이름들인데요. 에티오피아치고도 높은 고도에서 재배된, 생두 크기가 유난히 작은 커피가 연보라 혹은 연분홍 꽃 향을 뿜어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카페 메뉴판에서 만났을 때 지나치기 쉽지 않은 이름들이죠.
마지막으로 챙겨드리고 싶은 이름은 에티오피아 서부 리무(Limu)와 짐마(Jimma) 지역을 대표하는 ‘나노 찰라(Nano Challa)’와 ‘나노 겐지(Nano Genji)’예요. 사실 나노 찰라와 나노 겐지는 짐마 아가로 지역에 위치한 가공소의 이름이지요. 꾸준히 좋은 워시드 커피를 생산하면서, 에티오피아 남부에 집중되어 있던 커피 업계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서부로 옮기는 데 기여한 곳들인데요. 저에게는 짐마의 워시드 커피를 감귤과 황도로 기억하게 한 곳들이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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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에서는 지난 5년간 저희가 출시한 54개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돌아보았어요. 워시드와 내추럴 커피가 각각 어떤 다른 향미를 갖고 있었는지,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커피 마을의 이름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앞으로 1년을 위해 준비한 Bb 에티오피아는 어떤 모습일지, 또 여러분들이 어떻게 느껴주실지 궁금해져요. 10월까지는 주로 게데오의 커피들을 보여드릴 예정이고요. 그 후에 구지와 시다마, 그리고 리무와 짐마의 커피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 즈음 또 재미있는 에티오피아 커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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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브랜드콘텐츠 리드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대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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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레터 피드백
문예: 개인적으로 라이트 로스팅에서 느껴지는 절제된 맛과 산뜻한 향을 좋아해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보면 여긴 이런 맛을 추구하는구나 생각하곤 하는데 나라별로 식문화와 커피 경험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네요! 여행을 가게 되면 커피를 더욱 폭넓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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