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올여름 Bb가 주목한 제철 재료 평소 음식을 드실 때 어떤 향과 맛이 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커피 회사에서 일하기 전까진 별 생각 없이 먹었던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즐거운 일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맛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커피 한 잔, 한 잔의 향과 맛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 순간 커피 향미에 넓은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그 후로는 커피뿐만 아니라 무엇을 먹고 마시든 즐거운 맛의 여정이 펼쳐졌던 것 같습니다.
최근 빈브라더스팀은 커피만큼이나 재미있는 다른 재료의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여보고 있어요. 특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제철 재료들을요. 오랫동안 커피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시선을 돌리니 흥미로운 재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다른 재료의 세계를 탐구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가장 중요한 재료인 커피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요.
오늘은 올여름 저희가 주목한 제철 재료들과 그것들로 만든 두 가지 음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해요. 사실 결과물인 음료를 즐겨주시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R&D팀의 음료 개발 과정이 저에게는 꽤 흥미로웠거든요. 이야기 보따리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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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 코스
한국의 토종 식물인 흰민들레는 늦봄에서 초여름이 제철인데요. 식용과 약용 모두 사용되고, 일상의 맥락에서는 차로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흰민들레차를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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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흰민들레차를 마셔보긴커녕, 그런 재료가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R&D팀 레아가 흰민들레로 음료 메뉴를 만들어보고 싶다 했을 때 신선하다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 같아요. 그 많은 맛있는 과일들을 놔두고 굳이 흰민들레로 음료를…?
흰민들레에 빠진 레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은 나중에 레아가 만들어준 흰민들레 냉침 우유를 맛본 후였어요. ‘이런 것은 마셔본 적이 없는데?’ 하는 낯섦과 '어디선가 맛본 적이 있는데?' 하는 익숙함이 함께 찾아왔지요. 말로 설명하자면, 곡물의 달콤함과 우엉의 구수함이 만든 토대 위에 꽃의 산뜻함이 더해지는 맛이랄까요? 흰민들레의 잎이 우유와 만나니 상당히 맛있고 개성 있는 밀크티가 만들어지더군요.
미식으로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흰민들레라는 이름이 붙은 음료를 고객들이 주문하실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다이닝의 한 코스로 다루기엔 충분히 흥미로울 것 같은데, 아메리카노와 라떼 위주로 돌아가는 카페의 맥락에 잘 맞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빈브라더스 공간 중에 가장 카페와 거리가 먼 커피하우스 6층에서 코스로 만들어 출시해보기로 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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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차가 으레 쓰이듯, 코스에는 뿌리와 잎, 꽃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흰민들레의 뿌리로는 따뜻한 차를 우리고, 잎으로는 차가운 밀크티를 만들었어요. 꽃으로 젤리를 만들어 잎 밀크티에 더했고요. 마지막으로 잎 밀크티로 만든 벨벳화이트 라떼와 뿌리로 만든 화이트 초콜릿을 함께 드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야말로 흰민들레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코스였지요.
출시 전에 어떤 분들이 오시면 좋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바리스타 분들이 많이 드셔보셨으면 했어요. 일반적인 흰민들레차는 뿌리와 줄기, 잎, 꽃을 모두 우리는데요. 그것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차와 커피의 형태로 맛보는 경험이 그 자체로 즐거우셨기를 바랐고, 본인이 다루는 커피와 음료의 영역에서 챙겨갈 만한 영감이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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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맞이 빙수와 녹차
2026년 7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에 뜬금없이 빙수 메뉴가 등장했습니다. 원하는 빙질의 얼음을 만들 수 있는 빙수기도 커피하우스 한편에 등장했고요. 그런데 빙수의 이름이 좀 독특합니다. ‘물맞이 빙수’라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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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맞이’는 음력 유월 보름 유두절(流頭節)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로 머리를 감는 세시풍속을 이릅니다.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던 시절, 선조들이 더위를 이겨내던 방법이었지요. 올여름에 어떤 메뉴를 선보일까 고민하던 R&D팀 단은 ‘옛 물맞이 문화를 현대적인 음료로 재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7월부터 커피하우스에서 선보이게 된 ‘물맞이 빙수와 녹차’입니다. 네, 빙수와 녹차입니다.
빙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빙질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얼려 빙수로 만들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단은 보성 영천다원의 청차*를 냉침한 우유를 빙수의 재료로 선택했어요. 사실 빙수를 먼저 떠올렸던 것은 아니고요. 청차를 우유에 우리니 맛있었고, 그것을 빙수로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 생각했던 것인데요. 청차 냉침 우유도 맛있지만, 빙수로 먹으면 특유의 식감과 입안에서의 온도 변화 덕분에 조금 더 복합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청차는 비산화차인 녹차와 완전 산화차인 홍차의 중간 정도로 산화를 한 차를 일컫는데요. 대만의 우롱차가 대표적이고, 난초나 꿀, 열대과일의 향미를 보여줍니다.)
빙수하면 고명과 소도 빠질 수 없지요. 단은 이번 여름 메뉴 기획에 영감을 주었던 제철 과일 멜론과 참외, 복숭아를 아낌없이 사용하기로 합니다. 과일마다 철이 달라서, 7월에는 멜론으로 시작하고 철이 끝나는 8월에는 복숭아로 교체하는 계획이에요. 사과의 품종이 다양하듯, 멜론과 복숭아도 세부 품종들이 있는데요. 올해 테이스팅한 멜론 중에 맛있었던 설향과 하미과, 칸탈로프를 사용하고, 복숭아 중에선 천중도와 양홍장을 돌아가며 사용할 예정입니다. 참외는 씨앗까지 야무지게 활용했다는 단의 한마디가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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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를 먹다 차가워진 속을 달래주고, 온냉(溫冷)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줄 따뜻한 녹차도 빙수와 함께 내어 드립니다. 올봄, 하동 연우제다에서 빈브라더스팀이 직접 덖은 차인데요.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 만들어본 녹차인지라 다소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차이기도 합니다. 연우제다 팀이 정성스럽게 기르신 찻잎을 행여나 망가뜨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요. 서정민 대표님의 지도 덕분에 맛있는 차로 만들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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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차 빙수와 녹차에 앞서, 오미자 보리 수단을 맞이차로 먼저 내어 드립니다. 오미자와 비트, 박하, 귤피를 우린 차에 흰찰쌀보리로 만든 수단을 넣어 먹는 일종의 화채인데요. 시원한 물로 머리를 감고, 붉은빛의 물을 마시며 더위를 이겨내던 선조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당도 높은 화채는 아니고요. 오미자 특유의 빨간 맛과 흰찰쌀보리의 식감을 담백하게 즐기는 음료라고 보시면 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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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커피하우스의 문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우리가 여기서 빙수를 만들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그만큼 의외의 맛과 즐거움이 있는 메뉴예요. 여름과 잘 어울리고요. 이번 장마 후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커피하우스에 한번 오셔서 즐겨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청차 빙수와 과일들이 여름의 감각을 쨍하게 일깨워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월 1일에 개시했고, 아직 더위가 남아있을 9월 초중순까지 운영하게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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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빙수 이야기를 하면서 음력 유월 보름이 유두절(流頭節)이란 말씀을 드렸는데요. 다가오는 7월 28일이 바로 그날이에요. 유두절을 핑계삼아 오랜만에 Bb레터 독자님들을 뵙고 물맞이 빙수와 녹차를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요. 선착순으로 여섯 분을 모집합니다. 여기서 신청하실 수 있고, 참가비는 당연히 무료입니다.
•일정: 7월 28일(화) 저녁 7시
•장소: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서울, 6층
•참석자 선정 공지: 7월 13일(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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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전해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레터를 읽어주시는 마음에 늘 감사드리고요. 아무쪼록 독자님들 모두 즐겁고 건강한 여름 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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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브랜드콘텐츠 리드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대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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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레터 피드백
문예: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하는 듯 한 기분으로 레터를 읽었습니다:) 이전에 커피와 위스키를 조합해 마시며 '나만의 칵테일 만들기' 라는 소소한 이름을 붙이곤 했었는데 Bb 원두로 만든 칵테일이 궁금해지네요. '커피 하우스에서 야경을 보며 커피 칵테일 마시기'
남은 6월, 상수동에 방문할 이유가 생겼네요. 오늘 레터도 잘 읽었습니다.
선민: 에스프레소 마티니가 익숙하면서도 생각해보니 한번도 안 먹어본 것을 깨달았어요. 소개해주신 두 곳 모두 분위기도 참 좋네요. 이번 달 라레사 원두 재구매에 실패해서 슬픈데 Bb 에스프레소로 그 아쉬움을 달래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익명: 당연할 수도 있지만 생소하기도 한 Bb의 커피로 만든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독자들에게 맛의 궁금증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 대한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장감 있고 분위기 있는 소개글 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그 “황홀감”은 자랑스럽게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셔도 될 거같습니다. 어느 도시, 어느 장소에서든 Bb를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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