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한국하면 떠오르는 식재료 한국의 커피 회사로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요 커피 산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여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중남미와 가까운 미국 로스터리나, 동아프리카와 가까운 유럽 로스터리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커피 산지인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로스터리가 부러워질 때도 있고요. 요즘 한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느낌이 있는데, 언젠가 한라산이나 지리산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날이 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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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커피’하면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에티오피아가 떠오르고, ‘차’하면 중국이나 스리랑카가 떠오르는데요.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이 떠오를 만한 식재료는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에서만 자라는 것이거나, 아니면 한국의 것이 유독 좋은 경우일 것 같은데요.
오늘은 ‘한국이라는 산지’에 관해 여러분과 가볍게 수다를 떨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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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할 만한 과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딸기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외국에도 맛있는 딸기가 많다고 하지만, 한국 딸기에는 고급의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딸기의 연간 수출액이 1천 억 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한국 딸기가 기본적으로 맛있기 때문이겠지만, 설향과 금실을 비롯한 꾸준한 품종 개발도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배도 빠질 수 없죠. 후숙해서 먹는 서양배도 나름의 맛과 역할이 있지만, 한국 배의 달콤함은 장르가 다른 느낌입니다. 배는 과일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불고기나 비빔냉면 같은 한식의 재료로도 중요하게 쓰이는데요. 그래서 더 한국적인 재료로 느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딸기나 배처럼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과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미자에도 특별함이 있다고 느낍니다. 오미자에는 라즈베리나 히비스커스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의 빨간색 향미가 있는데요. 따뜻한 차로도 좋지만 시원하게 마실 때 그 매력이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 있어요. 여름에 땀 흘리며 마시면 딱 좋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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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에서 많이 재배하는 참외도 한국의 대표 과일로 뽑고 싶습니다. 멜론이나 수박같은 다른 박과 과일에 비해 향미가 은은한 편일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샐러드나 창작 음료의 재료로 쓰이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품종 개발의 결실도 기대가 되는 과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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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채소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채소가 뭘까’라는 질문에 전 깻잎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들깨의 잎인 깻잎은 한국인들에게는 쌈채소로 익숙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에겐 허브로 받아들여지는 듯해요. 고수를 좋아하는 중국인 친구가 깻잎 먹는 것을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일본의 시소와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깻잎도 시소처럼 창작 음료의 허브로 종종 사용되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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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래도 고추를 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고추의 다양성에 있어선 멕시코를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고추가루나 고추장의 품질에 있어선 한국이 충분히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요. 국제적 인지도에 있어서 한국 식재료 중 고추장을 따라올 만한 재료가 또 있을까 싶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삼 역시 한국의 식재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인삼의 최대 생산국은 옆나라 중국이지만, 가공식품인 홍삼은 한국이 잘하고 있는 영역인 것 같아서 뽑았어요. 다른 이야기지만, 인삼과 우유, 꿀을 갈아 먹으면 꽤 맛있는 음료가 만들어지는데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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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굴도 한국을 대표할 만합니다. 옆나라 중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에 굴 산지가 꽤 있지만, 한국은 인구 대비 생산량이 많은 편이라 온 국민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자연스럽게 수출 여력도 있고요. 얼마 전에 뉴욕에 다녀온 친구가 훈제 굴을 선물로 주었는데요. 산지를 보니 한국이더군요. 현재는 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환영을 받지만, 프랑스나 미국처럼 다양한 굴 품종이 개발되면 통영 굴의 세계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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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는 어떨까요? 하동과 보성, 제주를 중심으로 꽤 오랜 기간 차를 재배해왔습니다만, 아직은 내수 위주라 한국 차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최근에 구례와 하동에서 지리산의 차를 마셔본 후에야 ‘이렇게 맛있는 차가 한국에 있었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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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생산량과 스펙트럼 모두 세계 선두인 중국, 그리고 ‘다도’라는 차의 문화적 토대를 잘 쌓아 온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차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지리산에 차가 처음 재배된 것이 1,200년 전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물 같은 차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게 돼요. 나중에 잎차와 대용차를 포괄하는 차 이야기를 한번 다뤄봐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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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준비한 한국 식재료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빠뜨린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음식 경험에 기초하여 쓰다보니 빠뜨린 재료들이 있을 텐데요. 혹시 오늘 레터를 읽다가 떠오른 한국의 식재료가 있었다면 편하게 알려주세요.
여러분이 살고 계신 지역의 식재료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국내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재료는 주로 그 지역에서만 소비되기도 하더라고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내가 사는 곳에서 즐겨 먹는 식재료가 있다면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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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rek, 브랜드콘텐츠 리드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고,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반짝이는 대화 속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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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레터 피드백
빅캐슬: 솔직함, 진정성, 전문성이 느껴지는 레터라 매번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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